<최고의 영화>
<최악의 영화>
2006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 한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는 모두 360편으로 이중 한국영화만 100편을 차지한다. 문화는 성장했지만 영화의 위치는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7월1일부터 시행된 스크린쿼터의 축소(연 73일)로 영화인들의 FTA반대 시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재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며 130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은 <괴물>은 한국식 SF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스크린 독점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고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같은 실험적인 작품이나 퀴어 멜로를 표방한 <후회하지 않아>가 보여준 독립영화의 힘은 앞으로 충무로가 나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역시 평범한 듯 보이지만 독특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대중의 지지는 미약했으나 평단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이 영화는 상반기 무비스트에서 진행한 ‘2006년 상반기 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작품으로 지난 21일 진행된 제 2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올 하반기를 정리하는 의미로 기자들에게 또다시 물었다. 기자 개인의 취향과 감성이 그대로 반영된 ‘최고 VS 최악 영화’의 2탄인 셈이다.
외화와 한국영화가 뒤엉킨 베스트 리스트에는 <라디오 스타>와 <괴물>, <타짜>가 눈에 띄는가 하면, 최근 개봉한 미셜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과 선댄스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인 <리틀 미스 선샤인>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기자들이 뽑은 하반기 최악은? 너무도 다양하다. 기사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마감 순으로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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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 김수경기자
최고의 영화 <디파티드>
<디파티드>는 <좋은 친구들>보다 못하다. 하지만 웬만한 감독의 수작은 이 노회한 거장의 범작을 뛰어넘기 어렵다. 영화학교 수업 시간에 어울릴 빛나는 편집, 매니지먼트사에서 소속배우들에게 필히 보여줘야 할 연기가 이 영화에는 넘치도록 담겨있다. <디파티드>가 무간도에 빚진 건 그저 이야기의 얼개뿐이다. 저작권료는 이미 지불됐다. 촬영, 편집, 연기, 미술, 음악, 연출 어느 파트에서도 <디파티드>는 <무간도>를 압도한다. 그것은 자본 규모가 아니라 30년 넘도록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며 함께 작업 한 거장들의 호흡과 우아한 감식안이 빚어낸 결과다. 1970년대 중반부터 갱영화의 신대륙을 개척한 마틴 스콜세지가 한국남성들의 가슴을 두드린 홍콩 느와르의 낭만적 정서에 동의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디파티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흥겨운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최양일의 지독한 ‘야수의 역사’와는 또다른 ‘비정한’ 남성 세계에 대한 ‘냉정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최악의 영화 <마음이...>
흥행은 모든 사건의 면죄부일까. 아직도 주인공 달이를 구타하는 장면과 투견을 강요하는 시퀀스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곧 개봉할 조지 밀러의 탁월한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는 동물에 대한 애정을 형상화하는 방법을 <마음이...>에게 가르쳐 줄 만한 근사한 전범이다.
● 프리미어 서동현 기자
최고의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
소녀로 살고 싶은 사랑스러운 소년 동구의 가슴 뭉클한 성장담. 인생이 거친 씨름판 같아도 멋쟁이 마돈나처럼 살겠다는 우리 동구의 진심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제야 깨달았다.
최악의 영화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카리스마 우마 서먼이 단 한 순간에 '남자한테 집착하는 무섭고 기운 센 싸이코'가 되었다. 남자보다 능력있는 여자에 대한 재미없는 우화랄까. 그녀를 '수퍼 싸이코'로 변신시킨 이반 라이트만에게 절권도 옆 차기를 선물하고 싶다.
● 무비위크 이원 기자
최고의 영화 <귀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 영화다. 자칫 억지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를 전혀 그런 느낌 없이 감칠맛나게 꾸려나가는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 아마도 근래의 관객들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한 몇 년 사이의 영화를 보며 동성애나 양성애 코드가 있고, 주제의 진지함 때문에 조금은 무겁거나 거북함을 느낄 수도 있었을 거 같다. 하지만 <귀향>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재기발랄하고, 유머 있는 감독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말은 그의 근래 작품중 가장 대중적인 코드가 많은 영화라는 뜻이기도 하다. <귀향>을 보고 그의 코미디 감각을 다시금 느끼기 위해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나 <키카>(1993)를 찾아보는 즐거움을 덤으로 얻었다.
최악의 영화 <원탁의 천사>
함량미달의 배우들이 영화를 찍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안 좋은 일들이 보여진다. 기본적으로 눈높은 관객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문제지만 이민우, 하동훈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니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두 배우 덕분에 나머지 배우들도 어정쩡한 연기로 일관했다. <원탁의 천사>는 부자간의 화해를 잘 살리려면 관객들과 밀고 당기길 잘해야 하는데,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배우들의 연기로는 무리가 따랐다. 이민우의 경우 무대에선 카리스마가 있지만 스크린에서는 어설픈 연기를 보여줘 실망감을 낳았고, 주연급으로 캐스팅된 하동훈의 경우 주연보다는 연기의 순발력을 살려 적재적소에 기용될 수 있는 조연배우가 낫겠다는 생각이다.
● 한국일보 라제기 기자
최고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명장의 혜안은 나이 들수록 더 빛난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노라면 번득 드는 생각이다. 켄 로치는 시간 속에 묻힌 역사의 한 단면을 발굴하고, 이를 현재진행형의 시대적 고뇌로까지 연결하는 재능을 다시 한번 발휘한다. 식민 통치와 반목의 세월을 거쳐 분단 고착화 시대를 사는 아일랜드의 아픔이 한반도 현실과 포개진다는 점도 유독 이 작품을 눈 여겨 보게 만든다. 영화 속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사. “무엇을 반대하기는 쉽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은 어렵다.” 역사의 부조리한 반복 속에서 노 대가는 공존공생을 위한 집단적 각성과 정치적 올바름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웃기려고 작정했지만 정작 마음 먹은 대로 웃기지 못하는 영화. 여자 교생과 남자 고등학생 세 명 사이의 핑크 빛 염문이라는 선정적 소재가 눈에 거슬린다. <몽정기>와 <색즉시공>을 노골적으로 벤치마킹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영화의 핵심이랄 수 있는, ‘어느 학생이 교생과 잤을까’라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반짝이는 반전조차 없다. 박준규 하동훈 이혁재 등 개성파 조연들의 연기조차 무력하게 만드는 '괴력'을 지닌 영화. ‘수능 특수’를 노리고 급조된 듯한 기획영화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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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허남웅기자
최고의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세상엔 최고보다 그 밑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껏 고개를 위로 올려 1등의 가치들만 높이 평가해왔다. 그러나 <미스 리틀 선샤인>은 경쟁사회가 높이 평가하는 가치들을 과감히 놀려먹으며 오히려 루저의 가치가 훨씬 월등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스 리틀 선샤인>은 하나같이 고민을 안고 있는 콩가루 가족을 등장시키면서도 이를 끔찍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웃음이 쏟아질 만큼 유쾌하게 묘사한다. 당연하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족 화해의 방식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고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해하고 긍정하는 쪽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의 삶을 긍정적으로 가치있게, 그러면서 동시에 의미 있게 그린 영화는 우린 사실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미스 리틀 선샤인>은 2006년 하반기, 아니 2006년을 통틀어 <가족의 탄생>과 함께 최고의 영화로 뽑아도 손색이 없다.
최악의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예술성이 있어야만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관객이 많이 보는 영화 역시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관객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만을 끌어들인다면, 그리고 그런 부분만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 만들기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까지 무시한다면 그런 영화를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 좋다. 웃음의 종류 여하를 막론하고 관객이 시름을 잊을 수만 있다면. 다만 이런 말은 할 수 있겠다. 그럼 영화라도 짜임새 있게 만들어달라고. 영화를 보러온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주지 않고 저질웃음, 억지웃음만 보여주면서 이를 가지고 영화 관객 운운하는 건 모순이 아닌가. 웃음 이전에 "영화"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헤럴드 경제 이형석기자
최고의 영화 <수면의 과학>
미셸 공드리의 전작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삭제장치’라는 이상한 기계로 이별을 말하는 멜로영화였다. 분노와 증오, 집착과 질투가 뒤섞인 이별의 시간이 오래된 혹은 옛 연인들에게 가하는 사랑의 복수는 수술대 위 환자의 환부를 가르는 메스 같았다. 단호하고 가차 없었으며 잔인했다. 판타지로 쓴 사랑의 리얼리즘은 폐를 들어내도 다시 담배를 입에 무는 니코틴 중독자처럼 주인공들에게 또다시 결국은 고통으로 끝날 사랑을 반복하게 했다. ‘수면의 과학’에서 미셸 공드리는 사랑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설렘과 떨림이 시작되고 미세한 통증이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때. 여전히 꿈과 현실은 경계를 잃지만 사랑의 면면은 그럴수록 또렷해진다. ‘이터널 선샤인’이 사랑의 순환과 숙명론에 대한 다소 잔인한 기술이라면 ‘수면의 과학’은 날카롭고 달콤한 첫사랑에 대한 매우 귀엽고 아름다우며 유머러스한 보고서다. 시각적인 쾌감과 기발한 상상력, 문학적인 활력이 넘치는 최고의 로맨스영화 중 하나. 사족을 붙이자면 이 작품과 함께 ‘괴물’ ‘천하장사 마돈나’ ‘삼거리극장’ 사이에서 ‘최고’를 꼽느라 고심했다.
최악의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백윤식과 봉태규 재능의 소모. 이혜영의 가슴에 꽂힌 카메라, 여성비하적이고 모멸적인 표현들. 재미있는 장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대목에서 불쾌했다.
● CBS 노컷뉴스 이찬호 기자/송원대 엔터테인먼트과 겸임교수
최고의 영화 <라디오 스타>
웃으면서 눈물이 나는 영화가 과연 몇 편이나 될까. ‘라디오 스타’는 거창하지도, 대단할 것도 없는 소재와 배경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다. 안성기와 박중훈이라는 신세대들에게 잊혀져가는 배우들을 다시 전면으로 나서게 해 줌과 동시에 설 자리가 애매해지고 있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영화 관객들에게 과거를 추억하는 훈훈한 재미를 준다. 뻔한 줄거리, 아무것도 아닌 안성기의 김밥 씹는 입과 박중훈의 눈가 주름이 묘한 감동을 안기는 장면들은 대단한 영화를 만들기로 작정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운 웃음과 눈물로 관객을 영화 속 영월 방송국으로 빨아들인다.
최악의 영화 <다세포 소녀>
영화 속에 뮤지컬 요소를 가미한 것이나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시도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영화는, 특히나 상업 영화는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면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 잊었던 걸까. 작품은 뭔가에 도취된 듯 영화적 장치들 속에서 마음껏 표현을 하고 있지만 관객이 편한 마음으로 보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보인다. 줄거리나 영상, 연기 등 모두 독특하지만 보기에는 불편하다. 김옥빈, 유건 등 신세대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했으나 참신함이나 풋풋함으로 영화의 허전한 부분을 메우기에는 부족하다. 이들이 영화를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 것에 만족해야 할 듯.
● OSEN 손남원기자
최고의 영화 <타짜>
최동훈 감독은 '타짜' 연출을 처음 부탁받고 많이 망설였다. 베스트셀러 장편만화의 영화화가 얼마나 부담스런 작업인지 잘 알았기 때문. 그러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에서 천재적 이야기 솜씨를 선보였던 그는 짧게 간추린 자신의 '타짜'를 새로 쓰는 것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주인공 고니와 정마담, 평경장 등 기본 축이 될 인물만을 갖고 빠른 전개로 원작 속 기본 에피소드를 이어감으로서 영화는 본격 액션 스릴러로 거듭났다. 일본의 장편 TV 드라마를 영화 러닝타임에 맞춰 무 썰듯 잘라놓기만 했던 '사랑따윈 필요없어'와는 크게 대조를 이룬 수작이다
최악의 영화 <구미호 가족>
출연진은 화려했다. 자연스런 코믹 연기의 달인 주현을 비롯해서 박준규 하정우연 박시연 등. 그러나 인간이 되기 위해 서울 속에서 사람 사냥을 나서는 구미호 가족은 그 황당한 설정 만큼이나 중심을 못잡고 흔들렸다. 빈약한 시나리오를 갖고 거창한 뮤지컬 판타지 코미디 영화를 찍다보니 여기 저기서 삐걱거렸고 출연진들의 연기마저 제 각각으로 놀았다. 102분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흥행에서도 참패를 기록할 밖에. 뮤지컬의 기본은 노래와 춤에 있다는 사실부터 깨우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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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이씨네 서정환기자
최고의 영화 <라디오 스타>
올 하반기 개봉작 중 유일하게 두 번 본 영화. 두 번째 볼 때 처음보다 웃음은 덜했으나 감동은 더 크게 다가왔다. <라디오 스타>는 안성기와 박중훈, 두 배우가 없었다면 만들 수도 아니 기획 될 수도 없는 영화다. 실제로도 2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두 배우가 뿜어내는 삶의 페이소스는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배우가 있다는 사실이, 그런 배우들로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지극히 통속적인 스토리와 설정들은 오히려 <라디오 스타>가 이야기하는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맞이하는 순간’, 그리고 ‘잊혀 가는 매체와 잊혀 가는 사람이 전하는 잊을 수 없는 울림’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다. 배우들의 진한 페이소스가 인간의 다양한 감성을 골고루 자극하는,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다.
최악의 영화 <조폭마누라 3>
<조폭마누라>는 조폭코미디 시리즈의 가능성을 연 화려한 시발점이자, 그 이후 명절 시즌마다 조폭코미디 시리즈를 접하게 만든 원흉이기도 하다. <조폭마누라>는 물론이고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등 조폭코미디가 편을 거듭하며 한계를 드러내는 와중에 <조폭마누라 3>의 기획 의도는 너무나 노골적이다. 일단 영화를 보면 (그 노골적인 기획 의도를 제외하고) 왜 새로운 조폭마누라로 서기가 필요했는지 궁금증이 인다. 서기를 캐스팅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이 영화가 왜 <조폭마누라 3>인지 의아하게 만드는 불분명한 시리즈의 개연성이 두 번째 이유다. <조폭마누라 3>는 통역사 현영을 이용한 언어의 유희에 모든 웃음을 기대는 안일한 코미디영화이자, 홍콩의 힘을 빌리고도 만족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액션영화다. 장쯔이가 캐스팅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다.
● 마이데일리 이경호 기자
최고의 영화 <괴물>
흥행이 최고라고 최고의 영화는 될 수 없다. 하지만 ‘괴물’은 누구도 하기 싫었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하반기 좋은 영화가 많았지만 ‘괴물’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를 친다!
최악의 영화 <가문의 부활>
누가 뭐라 해도 개인적으로 조폭 코미디를 즐겨본다. 조폭 코미디는 작품성, 완성도 보다는 관객들에 웃음을 주기 위한 노력이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본다. 또 그 노력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돈과 시간을 내서 조폭코미디를 관람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표적인 조폭코미디 ‘가문’시리즈의 3편 ‘가문의 부활’은 뒤풀이 셀프 카메라를 보는 느낌이었다. 전편을 관람한 관객들을 위해 더 많은 노력과 기획이 필요했다. ‘재탕’, ‘삼탕’을 했어도 맛있기만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문의 부활’은 그렇게 웃기지도 못했다.
● 메트로 안은영 기자
최고의 영화 <라디오스타>
가장 성공한 코믹 버디무비였던 ‘투캅스’ 시리즈가 나이를 먹고 세월의 더께를 얹어 ‘라디오 스타’로 돌아왔다. 반짝 빛나던 새콤한 폭소 대신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도 모르고 웃게 되는 시큼한 감동을 달고서. 이준익 감독, 안성기, 박중훈이 지칠 줄 모르고 영화에 대한 송가를 늘어놓는 것이 지겹지 않은 이유는 이들의 진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짱이 있었다. 공식석상에서 배우는 감독에게, 감독은 배우에게 “아무 상념 없이 놀듯이 찍게 해줘 고맙다”는 아이 같은 감사를 드러낼 수 있는 것도 관객에 대한 믿음과 배짱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한물 간 가수와 그의 매니저가 그리는 휴먼드라마와 강원도 영월의 아기자기한 풍경, 굽은 손으로 파리를 쫓는 촌부와 콧물을 닦을 줄 모른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어린아이 등 우리네 골목 곳곳을 담아낸 따뜻한 시선은 작정하고 외면하려 해도 어쩔 수 없이 가슴에 파고드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세상과 사람에 대해 긍정적으로 소통하려는 감독의 겸손한 자세로부터 나온다.
최악의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영화가 개봉된 뒤 무수한 패러디 제목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문근영 따윈 필요없어’였다. 일본 드라마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가장 많은 화제를 낳았던 문근영의 ‘포스’가 이렇듯 한 순간에 무너지다니! 제작부터 연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문근영 하나로만 버텨왔다는 것을 들켜버린 이 작품은 올 한해 가장 안쓰러운 영화가 됐다. 공감대를 형성할 이야기꾼 기질도, 설득과 강권을 오가는 배우 컨트롤 능력도, 남 얘기에 귀 기울이는 포용력도, 멜로에 대한 이해도 없이 젊은 층 대다수가 알고 있는 일본 원작 드라마를 영화화한 감독의 무대포 정신은 높이 살만 하다.
● 무비스트 서대원 기자
최고의 영화
세월이 미웠더랬다. 허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어쩌겠는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지 못하고 기력이 쇠한 것이다. 아크로바틱한 맨몸 향연으로 장인의 반열에 오른 성룡 형님의 숙명이자 비애다. 게다, 할리우드마저 가세해 형님의 장기를 말아먹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음이다. 해서, 큰 기대 아니 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로또 당첨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형님의 용감무쌍 수공업적 액션이 다시금 부활해 스크린을 아기자기하게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에어콘 실외기를 계단삼아 고층아파트에서 하강하는 자태와 아기를 구하고자 사력을 다해 폴짝폴짝 뛰 다니며 도심을 휘젓고 다니는 형님의 가공할 만한 스턴트를 마주한 순간에는, 정말이지 울컥 눈물이 날 만큼 황홀함 그 자체였다. 오십줄을 넘긴 지천명의 나이에 ㅜㅜ 저런 과도한 혹은 무모한 또 혹은 살맛나는 액션을 흩뿌리며 온 누리에 복음의 감격을 전하시는 우리 형님 만세다. 왕년의 스타 원표 형님까지 나오시니 더더욱 만세다.
최악의 영화 <신데렐라>
한때, 필름 위에 흐르는 ‘떡무비’에 경도돼 골방에 파묻혀 산 적이 있었다. 얼마간의 학습기간을 가질 요량이었다. 그런 와중 봉만대 감독과 조우했다. 당시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는 에로비디오 업계를 구원한 대단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신데렐라>라는 공포영화 한 편을 들고 다시금 충무로에 돌아왔으니 당연지사, 기대가 상당했다. 때문에 그만큼 더 실망스러웠다. 뭐 하자는 플레이인지 당최 알아먹을 수 없는 부실한 드라마가 결정적 패착이다.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과도하게 꼬아놓은 탓이다. 그걸 또 영화 내내 구구절절 설명조로 썰을 풀고 있다. 보는 이, 참으로 피곤한 경우다. 슬픔과 한으로 점철된 무거운 정서의 비극 그러니까 뭔가 있어 보여야만 한다는 고약한 강박과 안 나오면 큰일이라도 나는 듯 기필코 한 번씩 꼭 등장하고야 마는 사다코 친구들의 우정출연 등이 대세를 이룬 한국공포영화의 돼먹지 못한 습관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한철 장사로 전락한 기왕의 공포물이 그러했듯, <신데렐라> 역시 감독의 다재다능함이 여름시즌을 겨냥한 영화사의 얄팍한 기획에 묻힌 꼴이다. 그래도 봉감독 재능있는 연출자니만큼 다음 작품 기대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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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가실 부분이 있으실런지 모르겠지만....
퍼왔습니다.... 많은 도움 되셨으면 합니다.
저도 최고의 영화가 라디오스타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이는 의외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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